굉장히 오랜만에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저는 영화를 잘 안보는 편입니다. 이 작품에 갑자기 끌린 이유는 우선 이 작품중 한 장면이 패러디에 굉장히 많이 활용됐기 때문입니다. 그냥 인터넷에 '몰락 패러디' 정도로만 검색해도 많은 동영상이 잡힙니다. ( 참조 : https://www.google.co.kr/search?q=%EB%AA%B0%EB%9D%BD+%ED%8C%A8%EB%9F%AC%EB%94%94 ) 그리고도 최근 접하는 음악이나 텍스트가 20세기 초부터 2차대전 종전까지의 시대에 창작되거나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같은 시선으로 나치독일의 몰락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꼭 다큐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나치의 등장인물이 인간미가 느껴지는 부분까지 그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모습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약간 충격조차 받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나치독일이 몰락하면서 히틀러와 주변 인물이 변화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동정심까지 느꼈습니다. 히틀러가 등장하는 매체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 히틀러의 손을 비추고 있기까지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히틀러와 주변인물이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는 점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끝났다면 제가 큰 인상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고 단순히 과거의 과오를 덮고 미화하려는 쓰레기 정도로 이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히틀러와 주변인물의 인간적인 부분뿐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잔혹함 역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히틀러나 괴벨스가 잔인함이 절절 뭍어나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간적인 부분과 또 대척점에 서있는 비인간적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다른 작품에서는 히틀러의 인간적인 부분은 비인간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비인간적인 면모 만큼이나 인간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히틀러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유태인의 대한 부분은 물론이고 벙커밖의 심각한 상황과 히틀러의 생각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결국 히틀러가 망각에서 깨어날려고 하는 시점에서 히틀러는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아니 히틀러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망상과 자기 기만으로 시작했으니 이것을 부정하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유태인에 대한 발언을 볼 때 히틀러는 죽는 순간까지 망상과 자기합리화의 늪을 버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구원의 가능성조차 없는 불쌍한 인간이 됩니다.(괴벨스 역시 비슷한 최수를 맞습니다.) 자신들의 만행을 선이라고 생각하면서 행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의 생각이 굳어지는 순간 다른 의견이 끼어들 틈은 전혀 없었을 것입니다.
무서운 점은 히틀러와 같은 전무후무한 독재자는 괴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고, 하나의 인간이 충분히 비인간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우리 시대에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다시 등장한다면 이 사람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간일 것입니다. 주변사람에게 친절하고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 사실은 괴물일지도 모릅니다. 나치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끝장냈고, 히틀러라는 '인간'은 비인간적인 만행을 엄청나게 저질렀습니다. 역사적인 악인들은 악마나 짐승, 괴물 같은 간판을 달고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들도 인간이기에 우리 역시 이러한 '비인간적인 인간들'에게 휘말려들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이들의 인간적인 부분과 역사적인 부분을 완전히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혼동해서도 안됩니다.(친절한 동네 아저씨가 사실은 강력범죄자....) 이 영화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재미있는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히틀러와 같은 전무후무한 역사적 인물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의미에서 허를 찔렸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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